본문 바로가기

남원 조용한 동네에서 리모트 근무한 후기

Techmable 2025. 9. 5.
반응형

남원 조용한 동네에서 리모트 근무한 후기

 

 

2025년 봄, 나는 익숙한 재택근무 환경을 떠나 전라북도 남원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2주간 리모트 근무를 했다. 서울의 카페, 사무실, 거실에서 일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일해본다면 얼마나 다른 감각을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물음에 직접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남원을 선택한 이유

처음에는 남원이 여행지로만 기억됐다. 춘향전의 도시, 광한루, 지리산 둘레길, 남원국악의 성지.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니, 남원은 생각보다 ‘생활 친화적인 소도시’였다. 대도시처럼 혼잡하지 않고, 관광지에서 살짝 벗어나면 마을 하나가 통째로 고요한 작업 공간이 되는 분위기. 그 조용함이 필요했다.

특히 금지면과 송동면 사이의 소규모 농촌 마을은 카페 하나 없지만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작은 슈퍼, 정육점, 밭과 언덕길, 마당이 있는 숙소. 지극히 단순한 요소들이 오히려 업무의 방해물을 없애주는 효과를 줬다.

숙소는 업무 효율의 핵심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자연 속 조용한 독채’로 검색해 찾았다. 단층 구조의 농가 리모델링 주택으로, 마당과 작은 정원이 있었고 실내는 1인용 책상, 커다란 창문, 와이파이, 간이 주방, 세탁기까지 갖춘 완전한 생활형 공간이었다.

가장 중요한 인터넷 속도는 KT 기반 광랜으로, 업로드 120 Mbps / 다운로드 160 Mbps 수준이었다. 화상 회의, 대용량 파일 업로드, 클라우드 동기화 등 전혀 지연이나 끊김이 없었고, 유튜브 스트리밍도 문제없었다. 사전 문의로 와이파이 속도를 확인한 것이 중요했다.

조용한 동네에서의 하루 루틴

남원에서의 하루는 규칙적이었다. 도시처럼 약속이나 회의, 외부 자극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만든 루틴이 하루를 지배했다.

  • 07:00 기상, 숙소 앞마당 산책
  • 08:00 직접 만든 조식과 뉴스 체크
  • 09:00~12:30 메인 업무 (기획안 작성, 콘텐츠 편집 등)
  • 13:00 점심 (식재료로 간단 요리)
  • 14:00~17:00 화상회의, 피드백, 가벼운 산책
  • 17:30 마을 뒷산 오르기 or 동네 한 바퀴
  • 19:00 저녁 + 독서 or 콘텐츠 아이디어 정리

일의 양보다 ‘질적인 몰입’이 확실히 높았다. 도시에서는 집중력 지속 시간이 평균 90분이었다면, 이곳에서는 3시간 이상 고도로 몰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중요한 제안서 작업을 이곳에서 완성했고, 클라이언트 피드백도 만족도가 높았다.

남원에서의 업무 효율 변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감정의 소모가 적어졌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일하면 의도치 않은 소음, 일정 압박, 타인의 시선 속에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된다. 하지만 남원에서는 주변이 고요하고 변화가 적다 보니 내 감정도 하루 종일 일정한 선을 유지했다.

그 결과 집중력은 높아졌고, ‘생산성’보다는 ‘질 높은 결과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일 외적인 활동(걷기, 명상, 식사 준비)이 자연스럽게 하루의 균형을 만들어줬다.

생활 인프라와 적응도

남원의 조용한 마을은 확실히 ‘느리다’. 배달음식 앱은 거의 작동하지 않고, 편의점은 걸어서 20분 이상 거리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이 ‘정돈된 루틴’과 ‘적극적인 생활’을 유도한다.

  • 식사는 주로 식재료 구매 후 직접 요리
  • 마트와 전통시장 이용 (남원시내까지 차량 15분)
  • 근처 산책로, 하천, 야산 산책로 충분
  • 지역 주민들과 인사만 나눌 정도의 소통, 방해 없음

2주간의 실제 체류 비용

항목 금액
숙소 (2주) 500,000원
식비 (식재료 + 외식 일부) 180,000원
교통비 (KTX + 택시 + 렌터카) 130,000원
기타 (문구류, 세탁비, 간식 등) 40,000원
총합 약 850,000원

추천 대상

  • 도시의 과잉 자극에서 탈피하고 싶은 프리랜서
  • 집에서는 일의 경계가 무너진다고 느끼는 재택근무자
  • 브랜드 기획, 콘텐츠 제작 등 고도의 몰입이 필요한 창작자
  • 한 달 살기를 준비 중인 1인 사업자

아쉬운 점

  • 카페나 공유 오피스가 없기 때문에 모든 업무는 숙소 내에서 진행해야 함
  • 자동차가 없다면 이동에 불편함이 있음 (자차 or 렌터카 추천)
  • 장기 체류 시 고립감을 느낄 수 있음 → 2~3주 체류 적합

남원에서 리모트 근무를 하고 나서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됐다. 일이 ‘의무’가 아니라, ‘창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남원의 조용한 마을은 내게 일의 효율이 아닌, 일의 의미를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바쁜 생활에 조금 지쳐 있다면, 도시의 편리함보다 불편함이 주는 집중력을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지금 당신이 “일이 버겁다” “집중이 잘 안 된다”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느낀다면, 한적한 남원의 어느 마을에서, 당신만의 리모트 근무 루틴을 다시 설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반응형

댓글